이순옥 시인, 두번째 시집 『어쩌면, 내 얼굴』발간

-시인이 꽃을 보는 감성, 그대로 그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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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규
기사입력 2019-11-12 [16:16]

▲ 이순옥 시인은 두 번째 시집『어쩌면, 내 얼굴』을 발간했다.(사진)     ©김헌규

출판사『시로 여는 세상』에서 시인선 41으로 이순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어쩌면, 내 얼굴』을 발간했다.

 

이 순옥 시인은 지난2006년『시로 여는세상』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이 시인은 경북 문경에서 출생해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충남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바람시, 빈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바람꽃 언덕』,(『시로여는세상』2011)이 있으며 2019년 충남문화재단의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두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시집『어쩌면, 내 얼굴』은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자리 잡고 있는 따듯한 시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인은 길가에 핀 작은 꽃들에서 부터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자질구레한 것들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쓰다듬는다.

 

항상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한껏 몸을 낮춘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고 그들의 삶 속에 시인의 삶을 투영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이 시인은 시를 인간 삶의 형태와 의미들을 자연 지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의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시집속의 시들은 대부분 선한 성정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난 따뜻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김정수 시인은 해설에서“이 시인의 시에서 꽃은 미적 관상용이거나 자기위안의 대상이라기보다 자아의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추고 있다.”면서“시인은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 꽃이 되어 위의(威儀)와 자존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순옥 시인은 “모란을 만나러 가는 길, 길가에 엎드린 작은 목숨들의 숨소리와 만났다.”며“자꾸만 바닥을 들여다보고 뒤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모란은 어디에 피었는지 피기는 피는 것인지 발목을 휘감는 시(詩)를 어르고 달래며 여기까지 왔다.”며 발간의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꽃 농사를 지었다.”며“작고 못생긴 것들이어서 더욱 버릴 수 없었고, 일으켜 세우고 일으켜 세워도 주저앉는 꽃들 때문에 나는 자주 아프고 쓸쓸했다.”며 평소 꽃에 대한 이 시인의 생각을 시를 통해 표현했다.

 

이 시인은 발간사에서 꽃들이“낮은 곳을 사랑하는 작은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표현이 시인의 감성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다.

 

▲ (사진, 이 순옥시인의 시집'어쩌면 내 얼굴')     © 김헌규

 

시집 제1부에는“가시연꽃 | 자유로에서 자유를 생각한다 | 주목나무 곁으로 간다 | 묶다 | 풀섶을 돌아보다 | 참새 곳간 | 걸어 다니는 비둘기 | 몸으로 길을 만든다 | 낭새섬 | 불빛은 깨어 있고 | 눈발은 뛰어들고 | 발자국 찍기 | 아파트 | 부부”

 

제2부에는 “우포 어머니 | 번영로에 간다 | 엎드려 흐르는 물 | 고양이가 있는 풍경 | 어두워지기 전 | 그늘을 찾아서 | 해국海菊은 피어서 | 폭우, 광장에서 | 전조 증상 | 입춘 무렵 | 무당벌레 | 전등사 지붕 아래 | 주전자 | 종이컵”

 

제3부에는“연꽃 만나기 전 | ‘개’에 관한 고찰 | 벚꽃 | 여름의 끝에는 | 날개 없는 새를 읽는 저녁 |동백나무 | 하지를 지나며 | 별꽃 세상 읽기 | 선인장꽃 | 매화꽃 기다리며 | 폭설 | 상사화 피는 산 | 들깨꽃 | 꽃난장”

 

제4부에는“손 | 황금분할의 공식 | 아리랑 밥집 | 즐거운 노년 | 아버지의 등 | 감나무 곁에서 | 우산 아래 | 연날리기 | 유월, 비 | 이명耳鳴 | 유관순 초혼묘 곁에서 | 그날 | 고속도로 | 망향의 동산”을 수록했다.

 

이순옥 시인의 시를 소개하면

 

-가시연꽃-

저것이 연꽃이라니

가시보다 무서운 창이 가슴을 뚫고 나오는

저 치명적인 목숨에 누가 연이라 이름 붙였을까

 

늪 속에 잠겨

끓어오르는 심사를 삭여왔나

졸이고 졸여 핏빛으로 피었구나

 

세상살이 조용히 엎드려야 한다지만

들끓는 오뉴월의 뙤약볕 견디지 못하고

불쑥 꺼내든 저 뜨거운 꽃송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가시 송송 매달고 솟아오른

선연한 얼굴

 

제 가슴을 찢고 꽃을 꺼내 드는

무성한 자존과 생명

늪을 뒤덮었다

 

-전등사 지붕 아래-

전등사 도편수의 아픈 손가락 그 여자

지금도 눈 웃음 여전하네

지붕의 무게 쯤 감당할 만 하겠지

오래된 절집 지붕 너머 들국(菊) 흐드러지고

사람들 흘깃 흘깃 수군대니 심심치도 않겠지

 

부처님 머리 위에 쪼그리고 앉아

훔쳐 듣는 법문이 사랑가 같으려나

그 여자 우는 것을 본 사람이 없다는데

나도 오늘은 한 말씀 보태네

쉿!

한쪽 팔을 내려 보세요

당신의 사내가 올린 지붕은 무너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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